브랜드 히스토리
칼 라거펠트의 샤넬, 그리고 그가 떠난 뒤에도 남은 것들
하얗게 묶은 머리, 검은 선글라스, 높이 올라오는 셔츠 칼라. 1983년부터 36년간 샤넬을 이끈 칼 라거펠트가 만든 옷과 이미지, 그리고 2019년 그가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것들을 정리했다.

1933년 독일에서 태어난 디자이너이자 사진가
칼 라거펠트는 1933년 독일에서 태어난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진가다. 샤넬뿐 아니라 끌로에, 펜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에서도 작업했다. 한 브랜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활동의 폭이 넓은 사람이다.
그는 옷을 디자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옷이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지도 다뤘다. 샤넬 공식 연혁에는 1987~1988년 그가 사진가로 참여한 첫 샤넬 광고 캠페인이 기록돼 있다. 사진 속 자신의 모습까지 강하게 기억되는 디자이너다. 옷을 만드는 사람과 하나의 이미지가 된 사람이 겹쳐 보인다.

1983년, 샤넬의 새로운 장이 열리다
먼저 구분할 것이 있다. 샤넬의 창립자는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고 칼 라거펠트는 창립자가 아니다. 그는 1983년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해 2019년까지 약 36년 동안 하우스의 패션을 이끌었다.
이 관계는 누군가 완성해둔 집에 들어가 그 집의 분위기를 이해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가는 일에 가깝다. 익숙한 모습을 지키는 일과 계속 새로워지는 일을 함께 해내야 하는 자리였다.
샤넬다움을 남기면서 새롭게 만드는 일
샤넬을 떠올리면 트위드 슈트, 검은 드레스, 진주와 체인 같은 요소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라거펠트가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의복과 장식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라거펠트의 옷을 볼 때는 그 익숙한 요소들이 어떤 비율과 조합으로 다시 등장하는지에 눈이 간다. 같은 검은색도 길이와 소재의 움직임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든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같은 모습을 반복하는 일만은 아니다.

옷을 넘어, 기억되는 이미지를 만들다
그가 샤넬을 보여주는 방식도 옷만큼 흥미롭다. 2012년 'The Little Black Jacket' 사진 프로젝트는 칼 라거펠트와 카린 로이펠트가 샤넬 재킷을 여러 인물의 모습으로 다시 소개한 작업이다. 샤넬 공식 기록에 따르면 전시는 도쿄에서 시작해 서울을 포함한 여러 도시로 이어졌다.
같은 재킷도 누가,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래된 디자인이 살아남는 이유는 완성된 모양뿐 아니라 다음 사람이 자기 방식으로 입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재킷, 같은 검은색이라도 입는 사람과 시간이 달라지면 다른 기억이 된다. 그것이 샤넬의 옛 컬렉션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다.
2019년 2월 19일, 한 시대의 작별
칼 라거펠트는 2019년 2월 19일 파리에서 85세로 세상을 떠났다. 샤넬 역시 공식 연혁에 이날을 그의 별세일로 기록한다. 1983년부터 이어진 긴 시간을 생각하면, 한 디자이너의 부재이면서 샤넬의 한 시대가 끝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해 비르지니 비아르가 샤넬 패션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됐다. '칼 라거펠트의 샤넬'이라는 표현은 정확히는 1983년부터 2019년까지 그가 이끌었던 시기의 컬렉션을 가리킨다. 지금 판매되는 모든 샤넬 제품이 그의 디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중고로 살 때 확인할 것
- 재임 기간: 칼 라거펠트의 샤넬은 1983년부터 2019년까지다. 이후 컬렉션은 비르지니 비아르 체제의 옷과 구분한다.
- 시즌 정보: '칼 시절 감성'이라는 설명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실제 시즌 태그나 라벨을 함께 확인한다.
- 아이코닉 요소: 트위드, 체인, 진주처럼 자주 등장하는 요소일수록 비율과 조합이 시즌마다 달라진다. 같은 검은 재킷도 길이와 소재를 비교한다.
- 소재와 디테일: 트위드의 조직, 체인의 무게와 마감, 버튼 각인은 생산 시기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루프라임은 실물을 받은 뒤 라벨 표기와 시즌 정보, 소재 상태를 함께 확인하고 매입가를 안내한다. 사진만으로도 대략적인 시세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